제4절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1. 의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란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의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의 청구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거나(원고측이 공동소송인인 경우),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피고측이 공동소송인인 경우)의 공동소송을 말한다(민소 70조 1항).
원고측에서 공동소송인 사이에 주위적·예비적 관계를 정하여, 말하자면 심판의 순서를 정하여
청구하는 형태가 예비적 공동소송이고, 이러한 순서를 붙이지 아니하고 법원이 선택하여 그 중 하나를 인용해 줄 것을 구하는 형태가 선택적
공동소송이다.
일반적으로 '주위적·예비적 관계'란 1차적으로 주위적인 것을 인용해 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이러한 주위적인 것이 이유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차적으로 예비적인 것을 받아들여질 것을 바라는 관계를 말하고, '선택적 관계'란
여러 가지의 청구 중 하나를 법원이 선택하여 인용해 줄 것을 바라는 관계를 말한다. 따라서 주위적·예비적 관계에서 주위적인 것이 받아들여지면
예비적인 것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아도 되고, 선택적 관계에서 어느 하나가 받아들여지면 선택되지 않은 나머지 것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에서는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
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하므로(민소 70조 2항), 예비적 공동소송에서 예비적이라는 의미는
위와 같은 해제조건부란 의미에서의 예비적이란 말의 의미와 달리 소송계속은 모든 공동소송인에게 무조건 생기되 다만, 청구인용판결을 해제조건부로
구한다는 의미이고, 선택적 공동소송에서 선택적이란 의미도 소송계속은 모든 공동소송인에게 무조건 생기되 다만, 그 중 하나의 청구만을 받아들여
달라는 의미이다.
2. 도입의 배경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 시행 이전에는 공동소송 및 청구 병합에 관한 규정 외에 달리 소의
주관적·예비적 병합이나 소의 주관적·선택적 병합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었는데, 그 허용 여부에 관하여, 예비적 또는 선택적 피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절차와 재판의 통일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는 부정설과 실체상의 권리의 모습을 소송에 반영하고 분쟁을
신속하고 통일적으로 해결한다는 것 등을 이유로 한 긍정설의 견해 대립이 있었고, 판례는 부정설의 입장이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1079 판결).
그러나 택일적 관계에 있는 분쟁의 경우에 어느 한 피고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한 원고가
다시 다른 피고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경우 또 다시 패소할 위험성이 있고, 또한 첫 소송의 결과를 기다려서 다시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사이에
소멸시효가 완성될 가능성도 있으며, 한편 예비적 또는 선택적 피고의 입장에서도 소송 밖에 위치함으로써 당사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등 불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 70조에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을
도입함으로써 중복적인 재판 부담을 줄이는 한편, 심리방법으로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함으로써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인의 법적 지위의
불안정과 절차·재판의 불통일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3. 요건
가. 공동소송의 일반 요건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은 공동소송의 특수한 형태이므로, 공동소송의 일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민소 65조, 253조).
나. 후발적 발생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청구를 소제기시부터 심판의 순서를 정하거나 선택적으로 하여 구하는 것이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일반적인 경우일 것이나, 제1심의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당사자를 추가하는 방식에 의하여도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 될
수 있다(민소 70조 1항, 68조 1항).
그러나 처음에는 공동소송인을 상대로 각자 개별적으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공동소송인 각자가 개별적으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청구를 하였다가 변론의 병합으로 인하여 공동소송이 된 후 청구의 변경 등으로 공동소송인
가운데 심판의 순서를 지정하거나 선택적으로 심판하여 달라고 청구하는 형태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된다. 이미
발생한 자백의 효력 등 소송법상의 효력을 병합으로 인하여 뒤엎을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변론의 병합을 허용하면 소송절차가 복잡해지는 등의
염려가 없는 한 이를 긍정하여도 좋을 것이다.
한편, 당사자의 변론 기회의 확보와 심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요건이므로, 항소심에서도
상대방이 동의를 한다면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법문에 반하므로 제1심의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만 가능하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다. 청구의 법률상 양립 불가능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인의 청구 또는 이들에 대한 청구가 법률상
양립할 수 없어야 한다(민소 70조 1항). '법률상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공동소송인
기운데 일부가 권리자나 의무자이면 나머지 공동소송인은 권리자나 의무자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① 갑의 대리인 을을 통해 계약을 했으나 을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갑에 대하여는 계약상의 청구를, 을에 대하여는 무권대리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② 갑이 을에게
채권(채무자는 병)을 양도하였으나 채권양도 효력발생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갑은 병을 상대로 본래의 청구를 하고, 을은 병을 상대로 양수금
청구를 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예비적 공동소송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점유자를 주위적
피고로, 그것이 인용되지 아니할 경우를 대비하여 소유자를 예비적 피고로 하여 청구하는 경우(민법 758조)를 들 수 있다.
한편, '사실상 원인'에 의하여 양립 불가능한 청구도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누어져 있다. 긍정설에 의하면 계약체결 당사자가 회사인지 개인인지 불분명한 경우 등은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긍정설에 따르더라도 누구와 계약을 체결하였는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가능성 있는 다수인을 상대로 소제기를 하는 경우 등
예비적·선택적 피고의 지위를 심히 불안정하게 하고 시험소송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4. 심판
가. 소송자료의 통일
민사소송법 70조 1항은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에 있어서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67조의
특칙을 원칙적으로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백 등 소송자료의 통일 여부에 관하여는 위 법 규정의 입법취지에 관한 해석 및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성질과 관련하
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67조의 특칙을 전면적으로 준용하여야 한다는 '전면적 준용설'과,
이를 제한적으로 준용하면 충분하다는 '제한적 준용설'로 해석이 나뉘고 있다.
전면적 준용설은 소송자료의 경우에 70조 1항 단서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67조가 준용되어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의 소송행위는 전원의 이익을 위하여만 효력이 발생하고,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한 상대방의 행위는 유리·불리를
묻지 않고 공동소송인 모두에게 효력이 있다는 견해이다.
제한적 준용설은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도입목적은 분쟁의 모순 없는 일회적 해결과 이를 위한
분리확정방지에 있고 이는 절차진행의 통일성 확보로 충분하며, 소송자료의 통일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허용하면 충분하다는 견해이다.
위와 같은 견해의 대립을 참조하여 공동소송인의 소송행위 중 문제가 되는 경우를 나누어
살펴본다.
(1) 재판상 자백
전면적 준용설에 따르면 필수적 공동소송이나 독립당사자참가의 경우에 있어서 민사소송법 67조의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면 된다. 따라서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의 소송행위는 전원의 이익을 위하여만 효력이 발생하므로,
주위적·예비적 피고 또는 선택적 피고 중 한 사람이 자백하여도 효력이 없다.
제한적 준용설에 따르면 주위적·예비적 피고 또는 선택적 피고 중 한 사람이 자백을 한 경우,
이는 부인하고 있는 다른 공동소송인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대로 자백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공동소송인 모두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청구의 개개의 주요사실에 대하여 함께 하는 자백의 효력도 인정된다. 예컨대, 선택적 공동소송에서 선택적 피고 모두가 자백한 경우 법원은
선택적 피고 중 누구에 대하여도 자백의 효력을 인정하여 승소판결을 할 수 있다.
(2) 기일 해태 또는 기간 해태의 불이익
전면적 준용설에 따르면,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인 중 일부의 공동소송인이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에 나가 변론·진술을 하였다면 그 기일에 불출석한 공동소송인은 기일 불출석의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이
기간을 지켰으면 다른 사람이 지키지 못하여도 기간 해태의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고 보게 된다.
제한적 준용설에 따르면, 당해 기일에 불출석한 공동소송인은 다른 공동소송인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므로 기일 해태 등의 불이익을 입는다고 해석하게 된다.
(3) 청구의 포기·인낙, 화해 및 소의 취하
민사소송법 70조 1항 단서는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에 있어서 민사소송법 67조를 준용하는
예외로서, 청구의 포기·인낙, 재판상 화해 또는 소취하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원고의 한 사람이 청구를 포기하거나 소를 취하하면 나머지
공동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공동피고 중 한 사람에 대한 청구를 포기하거나 소를 취하하면 원고와 나머지 공동피고 사이에서 각 소송이 진행될
것이다. 선택적 공동소송에서 일부 당사자가 청구를 인낙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예비적 공동소송에 있어서 청구의 인낙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누어지는데, 편의상 피고측
공동소송의 경우를 상정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주위적 피고는 청구를 인낙하지 않고 있는데 예비적 피고가 청구를 인낙하는 것이 허용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주위적·예비적 피고 누구든지 인낙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주위적 피고의 인낙만이 효력이 있을 뿐이고,
예비적 피고의 인낙은 효력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다음으로, 주위적 피고가 인낙한 후 남게 되는 예비적 피고와의 소송 관계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주위적 피고의 인낙으로 청구에 관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므로 인낙하지 않은 예비적 피고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민사소송법 70조 1항 단서에서 인낙의 경우 같은 법 67조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인낙 이후의 소송은 단일소송으로
환원되어 통상공동소송과 같은 절차진행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예비적 피고와의 소송을 계속 진행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후자의 견해에
따르면 주위적 피고가 인낙한 후 남게 되는 예비적 피고와의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할 수도 있게 된다. 만일 이 경우 언제나 원고청구가 기각되어야
한다면 그 실체판단의 이유를 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4) 상계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에서 공동피고 가운데 한 사람이 상계항변을 하는 경우, 그 상계항변은
나머지 공동피고와는 아무런 유리·불리의 관계가 없으므로 상계항변을 한 공동피고에 대한 청구가 인용될 경우에 그 상계항변을 판단하면 된다.
나. 소송진행의 통일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소송진행은 통일적이어야 한다. 소송진행이 통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본다.
(1) 변론 및 증거조사
변론 및 증거조사는 공통된 기일에 실시한다. 이른바 후발적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경우
당사자가 병합신청을 철회함으로써 별소로서도 심리를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학설상 대립이 있으나, 분쟁의 모순 없는 일회적 해결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의 병합신청 철회 여부를 묻지 않고 변론의 분리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소송절차의 중단·중지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하여 소송절차의 중단·중지의 원인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쳐 전체 소
송절차의 진행이 정지된다(민소 70조 1항, 67조 3항).
(3) 판결
판결의 내용이 공동소송인 사이에 서로 어긋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인
모두에 대하여 하나의 전부판결로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법률관계를 가려야 하고(민소 70조 2항), 본안에 관한 일부판결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경우 반드시 어느 한 청구를 인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의 경우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이면 예비적 공동소송인에 대하여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여야 하고, 선택적 공동소송의 경우 어느 청구를
받아들여 인용판결을 하면 나머지 공동소송인에 대하여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여야 한다.
착오로 일부판결을 하더라도 추가판결을 하여 사건을 둘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전부판결을 한
것으로 취급하여 상소로써 다투어야 한다. 따라서 판결문의 당사자에서 누락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인도 착오로 인한 일부판결을 시정하기 위하여
상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
(4) 상소
피고측 예비적 공동소송에서 원고가 주위적 피고에 대하여 승소한 경우나, 피고측 선택적
공동소송의 경우 어느 한 피고에 대하여 승소한 경우에는 패소한 피고에게만 상소의 이익이 있고 원고 및 승소한 피고에게는 상소의 이익이 없으나,
이 경우 패소한 피고가 상소하면 승소한 피고에 대한 판결도 확정되지 않고 상소심으로 이심된다. 예컨대, 원고의 주위적 피고(갑)에 대한 청구가
인용되고 예비적 피고(을)에 대한 청구가 기각된 경우, 갑이 상소하면 을에 대한 판결도 확정되지 않고 상소심으로 이심되는 것이다.
한편,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고 예비적 피고에 대한 청구가 인용된 경우에는, 예비적
피고뿐 아니라 원고에게도 상소의 이익이 있다. 이 경우에 원고와 예비적 피고 중 한 사람만이 상소하더라도
승소한 피고(주위적 피고)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지 않고 상소심으로 이심된다.
제1심에서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고 예비적 피고에 대한 청구가 인용되었는데 원고는
항소하지 않고 예비적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에서 심리 결과 예비적 피고의 항소가 이유 있고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가 정당하다면,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여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고 예비적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게 된다. 결국, 이 경우 주위적 피고에 대하여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항소하지도 않고 항소를 제기당하지도 않은 당사자(위의 경우 주위적 피고)의 지위에
관하여 학설상 대립이 있지만 독립당사자참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항소인 또는 피항소인이 아니라 '항소 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당사자, 즉 위의 예에서 본 항소하지 않은 주위적 피고가 원고를 위하여 보조참가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하여 이를 긍정하는 견해도
있지만 주위적 피고 역시 소송당사자이므로 부정하여야 할 것이다.
http://